핵심 요약
-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이 닿지 않는 아르헨티나 외딴 지역에서는 AM 라디오 방송이 주민들의 일상 메신저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 손편지나 전갈을 도시 방송국에 전달하면 아나운서가 생방송으로 안부, 분실물, 출산 소식 등을 대신 낭독해 주는 프로그램이 수십 년째 유지 중입니다.
- 문자를 받으려고 깡통에 폰을 넣어 나무 꼭대기로 도르래를 올리는 등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고립된 삶 속에서 라디오가 유일한 소통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요약 인터넷과 휴대전화 통신이 닿지 않는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파타고니아 오지에서는 주민들이 여전히 AM 라디오 방송을 개인 메신저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뉴요커 기자가 직접 현지에서 겪은 바에 따르면, 발데스 반도의 양치기 전초기지에 홀로 거주하는 27세 카우보이 호르헤 엘리아스 페레이라는 전기가 없어 태양광 패널에 라디오를 연결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사막 비포장도로로 50마일(약 80km) 이상 떨어져 있고 이웃조차 없는 고립된 환경에서, 그는 매일 저녁 7시가 되면 지직거리는 라디오를 두드려가며 켜놓습니다.
그가 기다리는 프로그램은 바로 아르헨티나 주요 AM 방송국들이 수십 년간 이어온 '시골 정착민에게 보내는 메시지(Mensajes al Poblador Rural)'입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전화, 왓츠앱, 혹은 손으로 삐뚤빼뚤 쓴 쪽지를 도시로 가는 인편에 들려 방송국 우편함에 넣어두면, 아나운서가 이를 3인칭으로 생방송에서 읽어주는 방식입니다. 전파를 타는 사연은 '다들 잘 지내니 안부를 전한다',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찾으면 연락 바란다', '아내가 오늘 시골로 출발하니 마중 나와라'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부터 가축 분실, 가족의 출산이나 위독 소식까지 다양합니다.
메시지를 접수하거나 확인하기 위한 주민들의 기상천외한 노력도 눈길을 끕니다. 신호가 잡히는 특정 언덕 꼭대기('라 세냘')를 찾아가거나, 북부 지역에서는 깡통에 휴대전화를 넣은 뒤 도르래로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끌어올려 간신히 통신망을 잡기도 합니다. 단 몇 초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저녁마다 라디오 앞에 둘러앉는 이들의 모습은 24시간 연결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낭만과 뭉클함을 동시에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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