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Hacker News · 2026-10-19

'사이버스페이스' 상표권 뺏기자 개발자 이름으로 맞상표권 냈다는 레전드 루머의 진실

핵심 요약
  • 오토데스크가 '사이버스페이스'를 상표 등록하려 하자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반발해 개발자 이름을 맞등록하려 했다는 유명한 IT 루머의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 오토데스크가 실제 상표 출원을 하고 깁슨이 항의한 것은 사실이나, 개발자 이름을 역등록하려 했다는 복수극은 반문화 운동가 티모시 리어리가 지어낸 장난이었습니다.
  • 당사자들은 1990년 바르셀로나 행사에서 직접 만나 밤새 술을 마시며 앙금을 풀고 해프닝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요약 1980~90년대 인터넷과 SF 문학계에는 널리 퍼진 유명한 도시전설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3D 소프트웨어 및 캐드로 유명한 기업 오토데스크(Autodesk)가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단어를 상표권으로 등록하려 하자, 이 단어를 소설 <뉴로맨서>에서 대중화시킨 원작자 윌리엄 깁슨이 분노해 오토데스크 개발자 이름인 '에릭 굴릭센(Eric Gullichsen)'을 역으로 상표 등록하려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오토데스크 VR 랩에서 일했던 당사자 에릭 굴릭센이 직접 이 루머의 전말을 밝혔습니다. 1989년 당시 에릭 굴릭센은 오토데스크 연구소에서 초기 가상현실(VR)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386 컴퓨터에 그래픽 카드 두 장, VPL 아이폰(EyePhone) 헤드셋과 데이터 글러브를 연결해 초당 6~10프레임 수준의 조악한 가상세계를 구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연구팀의 모토는 "현실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였고, 당시 절친했던 반문화 운동가 티모시 리어리(Timothy Leary)가 이 연구실에 '사이버리아(Cyberia)'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이 VR 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향하자 오토데스크는 실제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단어를 상표로 등록 출원했습니다. 윌리엄 깁슨의 열렬한 팬이었던 티모시 리어리는 깁슨이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불쾌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에 굴릭센은 깁슨에게 화해를 청하는 편지를 쓰면서도, 말미에 깁슨의 유명한 문구인 "거리는 사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용한다(The street finds its own use for things)"를 덧붙였습니다. 깁슨은 즉각 변호사를 통해 항의 서한을 보냈고 오토데스크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이때 짓궂은 장난꾸러기였던 티모시 리어리가 사람들에게 "깁슨이 복수하려고 개발자 '에릭 굴릭센'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등록하려 한다"는 소문을 지어내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루머는 존 페리 바로우와 SF 작가 루디 러커 등을 거치며 살이 붙어 인터넷 역사 속 사실인 양 굳어졌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듬해인 1990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아트 푸투라(Art Futura)' 행사 호텔 로비에서 직접 마주치며 일단락되었습니다. 깁슨은 특유의 느릿한 어조로 "거리가 사물을 쓰긴 하지만, 오토데스크는 거리가 아니지 않느냐"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으나, 이후 밤새 카바(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와 타파스를 즐기며 파티를 함께한 끝에 앙금을 털어냈다고 합니다. 결국 오토데스크가 사이버스페이스 상표를 내려 했던 것과 깁슨의 항의는 사실이었지만, 개발자 이름을 맞등록하려 했다는 유명한 복수극은 한 괴짜 지식인의 장난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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