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생명체가 진짜 양자역학적 상태를 이용하기보다는 고전적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을 통해 양자역학의 수학적 동작을 모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 식물의 초고효율 광합성 등이 실제 양자 효과 덕분이라는 기존 통념과 달리, 35억 년의 진화가 양자 시스템의 기능을 고전적으로 구현해 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 닐스 보어 시절부터 이어진 생명과 양자역학의 오랜 연결고리 논쟁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요약 생명체가 양자역학 특유의 기묘한 성질을 활용한다는 '양자생물학'은 지난 수십 년간 과학계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분야입니다. 특히 2007년 광합성 과정에서 식물과 미생물이 빛 에너지를 거의 완벽에 가까운 효율로 흡수하는 비결이 '양자 결맞음(coherence)'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세포처럼 따뜻하고 축축한 일상적 환경에서도 양자역학적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프린스턴 대학교의 화학자 그레고리 숄스(Gregory Scholes)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양자생물학 가설을 지지했던 숄스 교수는 수년간의 추적 연구 끝에 생명체가 실제로 진짜 양자 상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신 생명체 내부의 복잡한 고전적 네트워크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진동하면서, 수학적으로 양자 시스템과 완전히 동일하게 작동하는 현상을 '흉내(imitate)' 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숄스 교수는 이를 두고 생명체가 지난 35억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양자 시스템이 내는 고효율 기능을 고전적인 시스템으로 구현해 낸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비엔나 연구소의 마르쿠스 뮐러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세이버 카이스 등 물리학 및 화학 연구자들도 자연에 흔히 존재하는 평범하고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양자역학과 유사한 동작이 창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매우 흥미로운 전환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닐스 보어나 파스쿠알 요르단 시절부터 이어져 온 '생명의 본질은 양자역학인가'라는 오랜 물음이, 실제 양자 현상이 아닌 '수학적 모사'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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