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의 거장 수잔 시아니가 1976년 미국 예술기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작성했던 북라 신시사이저 연주 지침서 '북라 쿡북'이 디지털 인터랙티브 에디션으로 복원 공개되었습니다.
기기 제작자조차 '실패작'이라 여겼던 모듈러 장비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성 레시피로 재해석해 기록한 희귀 사료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기록을 남기지 않던 시아니가 지원금 덕분에 남겨둔 당시의 시퀀스들은 훗날 그의 라이브 복귀 무대에서도 핵심 재료로 계속해서 쓰이게 되었습니다.
요약 전자음악의 선구자 수잔 시아니(Suzanne Ciani)가 1976년 미국 예술기금(NEA) 지원금 보고서로 작성했던 전설적인 자료 ‘북라 쿡북(Buchla Cookbook)’이 50년 만에 인터랙티브 디지털 에디션으로 복원되어 공개되었습니다.
당시 무명에 가까운 '배고픈 예술가'였던 시아니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자신의 복잡한 전자음악 작곡 방식을 요리 레시피에 빗대어 이 문서를 정리했습니다. 그는 "요리할 때 재료를 조합해 수플레를 만들듯, 전압과 제스처, FM 변조를 섞어 쿼드러포닉 음악을 만든다"고 설명하며 모듈러 신시사이저 북라 200과 시퀀서 모듈인 MARF(248)를 활용한 패치 기법과 시그널 흐름을 손글씨와 직접 그린 다이어그램으로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기기 개발자인 돈 북라 본인은 MARF를 '실패한 콘셉트'로 여겼으나, 시아니는 이를 열렬히 아끼며 자신만의 음악적 도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또한 당시 아방가르드 전자음악계가 무조음악이나 엄격한 음렬주의에 치중했던 반면, 시아니는 북라 신시사이저로 온음계적(diatonic) 멜로디와 화음을 구현하며 독보적이면서도 고독한 길을 걸었습니다. 시아니는 평소 연주 방식을 문서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금 요건을 채우기 위해 기록했던 이 보고서의 시퀀스들이 훗날 라이브 무대에 복귀했을 때 핵심 연주 재료로 다시 쓰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디지털 에디션은 1976년 당시 시아니의 실제 오디오 테이프 샘플뿐만 아니라 모듈러 소프트웨어(VCV Rack)를 통해 신호 흐름을 색상 케이블로 시각화하고 직접 오디오를 재생하며 탐색해 볼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하게 재구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