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Hacker News · 2026-10-20

"새벽에 몰래 잡지를 인쇄해 드립니다" 90년대 IT 저널리스트의 황당한 스타트업 썰

핵심 요약
  • 1996년 자바 초창기 서적을 썼던 대학원생에게 유명 IT 저널리스트 밥 크린질리가 접근해 '프론토'라는 잡지 자동 인쇄 시스템 외주를 맡겼습니다.
  • 인터넷 유휴 시간에 잡지 PDF를 몰래 받아 새벽 2시에 집 프린터로 자동 출력해 준다는 황당한 구상이었지만, 개발비를 꼬박꼬박 준 덕에 30년간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 방송과 미디어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보였던 유명 방송인이 끝내 '대박 스타트업 창업자'라는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유쾌하고 씁쓸한 회고가 담겨 있습니다.
요약 1996년 시러큐스 대학교 박사과정생이던 폴 타이마(Paul Tyma)는 어느 날 연구실에서 기묘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매우 빠른 말투로 "나는 밥 크린질리(Bob Cringely)인데, 시중에 나온 자바 책 7권을 다 읽어봤지만 당신 책이 최고였다"라고 칭찬을 쏟아냈습니다. 당시 자바는 갓 나온 기술이라 전 세계에 관련 서적이 7권도 채 없던 시절이었고, 글쓴이 역시 본인 책이 두 번째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인정받고 싶어 하던 컴퓨터 너드의 심리를 꿰뚫은 크린질리의 현란한 말솜씨에 금세 매료되었습니다. 이 인연으로 크린질리는 타이마에게 '프론토(Pronto)'라는 인쇄 잡지 배포 시스템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콘셉트는 기상천외했습니다. 종이 잡지 정기구독자가 컴퓨터에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을 설치해 두면, 다이얼업 모뎀 인터넷이 한가한 시간대를 틈타 다음 호 잡지 PDF를 조금씩 몰래 다운로드합니다. 그리고 새벽 2시가 되면 가정용 프린터로 자동 인쇄를 돌려, 아침에 일어난 구독자가 갓 인쇄된 잡지를 받아보며 놀라게 만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비록 이 서비스는 상용화되지 못하고 묻혔지만, 크린질리는 개발비를 꼬박꼬박 챙겨주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30년에 걸친 기묘한 우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크린질리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IT 저널리스트'이자 PBS 다큐멘터리 '너드의 승리(Triumph of the Nerds)'의 진행자로 엄청난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저널리스트보다는 '대박 스타트업 창업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지난 13년간 타이마와 주고받은 이메일만 320통에 달했는데, 크린질리는 늘 장문의 이메일 절반에는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를, 나머지 절반에는 1센트 단위까지 치밀하게 적은 예상 수익표를 적어 보내곤 했습니다. 타이마는 실제로 그의 사업 몇 개에 동참하기도 했지만, 늘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회상합니다. 크린질리는 카메라 앞이나 대중 앞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독보적인 매력과 스타성을 타고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타이마는 그에게 유튜브 인터뷰 쇼나 미디어 활동을 강력히 권유했으나, 크린질리는 늘 새로운 스타트업 창업 꿈에만 푹 빠져 이를 한 귀로 흘렸다고 합니다. 타고난 방송 천재였음에도 끝내 유니콘 창업가의 꿈을 좇았던 90년대 실리콘밸리 스타 저널리스트와의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회고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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