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Hacker News · 2026-09-20

사람 치어 죽인 물건값을 물어내라던 중세 법이 '기차' 때문에 사라진 이유

핵심 요약
  • 중세 영국에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유재산(물건)을 저주받은 것으로 여겨 그 가치만큼 돈을 물리던 '디오단드'라는 법이 있었습니다.
  • 산업혁명 이후 기차 사고가 잇따르자 배심원들이 철도 회사를 상대로 값비싼 최신 기관차 전체 가격을 물리기 시작하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 결국 1846년 법이 폐지되었는데, 결과적으로 현대적 배상 제도가 없던 시절 철도 회사를 보호하고 무고한 희생자 유족의 보상길을 막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요약 과거 19세기 중반 이전 영국에는 사람이 물건 때문에 사망했을 때, 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움직이는 물건'을 신에게 바치는 징벌적 배상 개념인 '디오단드(Deodand)'라는 중세 법률 제도가 있었습니다. 라틴어 'deo dandum(신에게 바쳐져야 할 것)'에서 유래한 이 제도는 살인 흉기나 사고를 일으킨 사유재산을 불길하고 저주받은 것으로 간주해 국가(국왕)가 몰수하고, 그 가치에 상당하는 금액을 유족 지원이나 자선 목적으로 쓰게 하던 기묘한 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은 적용 기준이 매우 자의적이었습니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사람이 죽으면 취객이 춤을 추다 떨어졌든 상관없이 사다리가 몰수 대상이 되었지만, 건물에 고정된 교회 종이 떨어져 사람이 깔려 죽으면 부동산으로 분류되어 법 적용을 피했습니다. 또 마차 사고가 났을 때 어떤 배심원은 치인 바퀴 하나만 몰수액으로 산정한 반면, 다른 사건에서는 마차와 짐, 끄는 말 전체를 몰수하기도 했습니다. 엄격한 법리보다는 배심원단이 느끼는 여론,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 가해 차주에 대한 괘씸죄 등이 크게 작용했던 셈입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이 제도의 숨통을 끊은 것은 바로 19세기 산업혁명과 '증기기관차'의 등장이었습니다. 마을 상인의 맥주통이나 마차 바퀴 몇 실링을 물리는 것과 달리, 열차 사고가 발생하자 배심원단은 거대 철도 자본을 상대로 신형 기관차 전체 가격에 맞먹는 막대한 금액을 디오단드로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배심원들은 산업 자본가들의 안전 불감증을 응징하고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쥐여주기 위해 이 낡은 법을 무기처럼 휘둘렀습니다. 결국 철도 회사들의 거센 압박과 법적 혼란 속에 디오단드는 1846년 공식 폐지되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전근대적인 악법의 폐지였지만, 당시에는 현대적인 산재나 과실 배상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보험이 없던 승객이나 선로 무단 침입자, 심지어 작업 중 사망한 철도 노동자의 유족들까지 최소한의 보상금조차 받지 못한 채 철도 회사만 면책받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Sponsored ·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