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NPR 팟캐스트 제작진이 스포티파이 댓글창에 맥락 없는 글들이 쏟아지자 신종 봇 계정들의 소행인 줄 알고 삭제 및 신고를 검토했다.
- 그러나 Z세대 직원이 닉네임 표기와 대화 양상을 분석한 결과, SNS가 차단된 중학생들이 팟캐스트 댓글창을 비밀 단체 채팅방으로 쓰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 인적 드문 팟캐스트 댓글을 아지트로 삼은 10대들의 귀여운 일탈과 과거 구글 닥스로 비밀 채팅을 하던 세대의 공감이 어우러져 화제가 되었다.
요약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의 팟캐스트 프로그램 '와일드 카드(Wild Card)'를 총괄하는 데이브 블랜처드(Dave Blanchard)는 어느 날 스포티파이(Spotify) 에피소드 댓글창에 평소와 다르게 폭발적인 활동이 일어난 것을 발견했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출연한 회차였기에 처음에는 주제가 논란이 되어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줄 알았다.
하지만 댓글을 직접 확인한 데이브는 혼란에 빠졌다. "길가메시가 그만둬서 우는 중", "지난주 금요일에 여친이랑 헤어짐", "고양이 진짜 귀엽다", "그 드레스 입은 모습 너무 예뻐 대박" 등 방송 내용과는 1도 상관없는 맥락 없는 단문들이 마구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각기 다른 계정들이 하트를 누르며 소통하는 모습을 본 데이브는 신종 봇(bot)들의 소행이라고 판단해 댓글들을 전부 삭제했다.
그러나 잠시 후 댓글창에는 "어라 내 댓글 삭제됐네"라는 글이 올라왔고, 뒤이어 "이상하다", "진짜 이상해" 같은 반응들이 꼬리를 물었다. 삭제 사실까지 인지하고 대화하는 모습에 당황한 데이브는 봇치고는 너무 기이하다며 NPR 사내 슬랙(Slack)에 캡처본을 공유했고, 한 상사는 스포티파이에 봇 계정으로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이때 슬랙 글을 본 10살 어린 Z세대 직원 해나 친(Hannah Chinn)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프로필 사진이 낯선 만화 캐릭터인 점, 특수문자 생성기로 꾸민 특이한 닉네임, 그리고 의미 없는 짧은 인사와 느낌표가 남발되는 대화 방식을 본 해나는 이들이 '봇'이 아니라 '중학생 아이들'이라고 직감했다. 엄격한 집안에서 자라 부모님의 통제를 피해 친구들과 구글 닥스(Google Docs)에서 흰색 글씨로 몰래 채팅했던 본인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일반 SNS나 메신저 앱이 부모에 의해 차단되자, 감시의 눈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팟캐스트 댓글창을 자기들만의 비밀 단체 채팅방으로 삼은 것이었다.
성인 청취자가 주 타깃인 교양 팟캐스트에 중학생들이 들어와 단톡방을 팠다는 가설에 처음에는 데이브도 반신반의했으나, 결국 봇의 침공이 아닌 영악하고 귀여운 10대들의 비밀 아지트 개척기였음이 밝혀져 유쾌한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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