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Lobsters · 2026-09-22

단돈 7천 원으로 군사기지 전화망 인프라를 통째로 털어버린 해커

핵심 요약
  • 한 보안 연구원이 방치된 전화망 DNS(e164.arpa)를 조사하다 만료된 네임서버 도메인을 5유로에 구매했습니다.
  • 이를 통해 디에고 가르시아 군사기지 등 여러 해외 영토의 전화 라우팅 권한을 얻어 수십만 건의 기지 통화 요청을 로깅하게 되었습니다.
  • 영국 정부와 관리 기관에 위험성을 제보했으나 관료주의와 방치 속에서 오랫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요약 한 보안 연구원이 잊혀진 전화번호 라우팅 인프라 도메인을 단돈 5유로(약 7천 원)에 사들였다가, 영국령 군사기지 등이 포함된 국가 구역의 통화 라우팅 권한을 통째로 장악하게 된 황당한 사건이 전해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00년대 초반에 고안된 'ENUM(e164.arpa)'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는 전화번호를 역순으로 배치해 인터넷 도메인처럼 변환한 뒤, 비싼 일반 전화망 대신 저렴한 인터넷 VoIP(SIP)로 통화를 우회 연결해 주도록 설계된 인프라였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이 시스템은 사실상 방치되었고 현재는 거의 사장된 상태였습니다. 작성자는 호기심에 e164.arpa 구역 중 하이재킹 가능한 취약한 도메인이 있는지 스캔하다가, 세 개의 국가 코드 구역(+290 세인트헬레나, +246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영국군 기지가 있는 영국령 인도양 지역, +247 어센션섬)을 발견했습니다. 이 구역들은 두 개의 네임서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메인 네임서버 서브도메인이 먹통이 되면서 요청이 예비 네임서버(ns.enum.org.uk)로 넘어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예비 도메인은 소유권이 만료된 상태였고, 작성자는 단 5유로에 이를 직접 구매해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작성자는 해당 지역으로 걸려오는 전화의 DNS 응답 권한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통신사가 번호 라우팅을 물어볼 때 자신의 가짜 SIP 서버로 유도한 뒤 도청(중간자 공격)까지 가능한 구조였던 것입니다. 작성자는 즉각 영국 정부 등 관련 기관에 여러 차례 제보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고, RIPE 측도 유엔 산하 ITU-T 위원회의 관할이라며 관료적 절차 문제로 개입을 꺼렸습니다. 과연 실제로 이용하는 트래픽이 있을지 궁금해진 작성자는 먼저 세인트헬레나 구역에 로깅을 걸고 하루를 기다렸으나 쿼리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군사기지가 위치한 디에고 가르시아 구역 등을 조사하면서 수십만 건에 달하는 군부대 관련 통화 쿼리가 기록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거대 군사시설과 연결된 주요 국가 전화 인프라가 만료된 5유로짜리 도메인 하나로 무방비하게 뚫려 있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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