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식기세척기도 로봇"이라는 동료의 주장에 한 로봇 공학자가 기술적·사회학적 반론을 제기했다.
- '로봇'이란 기술적 스펙이 아니라 인간에게 실존적 불안감이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자동화 기계를 지칭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설명이다.
- 시대에 따라 익숙해진 기술(로봇 청소기 등)은 점차 로봇 취급을 덜 받게 되며, 삶의 목적을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 식기세척기는 로봇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요약 로봇 공학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로봇의 정의'를 던지는 것입니다. 필자는 과거 산업용 로봇 안전 규격 개발 위원회에서 새로운 로봇 기술을 불필요하게 옭아매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활용처를 포괄할 수 있는 '로봇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이틀 밤낮을 치열하게 토론했던 흥미로운 경험을 소개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동료인 티나가 던진 도발적인 한마디였습니다. "식기세척기도 로봇이다." 기술적인 정의로 반박하자면, 식기세척기의 노즐 회전이나 세제 투입은 단순한 기계 메커니즘일 뿐 물체를 직접 조작(manipulation)하는 능력이 없으므로 로봇의 기술적 요건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를 제시합니다. 바로 '로봇'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술적 규정이 아닌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이라는 점입니다.
애초에 '로봇'이라는 단어는 카렐 차페크의 1920년 희곡에서 탄생한 SF적 개념입니다. SF는 로봇, 외계인, AI를 빌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집니다. 즉, 우리가 어떤 자동화 기계를 로봇이라 부르는 이유는 기술의 수준 때문이 아니라, 그 기계가 인간에게 생소함이나 두려움, 혹은 '내 일자리나 존재 가치를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시대에 따라 '로봇'의 범위는 계속 변해왔습니다. 2007년경에는 산업용 로봇 팔이 너무 익숙해져 로봇 취급도 못 받던 반면 룸바 같은 바퀴형 이동 로봇이 최신 로봇으로 각광받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오늘날 로봇 청소기는 흔한 '장난감'처럼 여겨지고, 대중의 공포와 관심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옮겨갔습니다. 익숙해져서 더 이상 실존적 불안을 주지 않는 기술은 서서히 로봇이라는 명칭에서 멀어지는 셈입니다. 결국 글쓴이는 "내 식기세척기는 나에게 삶의 목적을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다"며 식기세척기는 로봇이 아니라는 명쾌한 결론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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