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이탈리아 파르마의 농부가 다락방에서 증조할아버지가 남긴 정체불명의 오래된 씨앗 자루를 발견해 거름더미에 뿌렸습니다.
- 싹을 틔운 밀은 키가 1.8m에 달하고 한 줄기에 무려 7개의 오색 이삭이 맺히는 등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묘사와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 가뭄과 잡초에 매우 강하고 풍미가 뛰어난 이 고대 밀은 '기적의 곡물'이라 불리며 기후 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요약 1990년대 초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의 한 농부 클라우디오 그로시(Claudio Grossi)는 다락방을 청소하던 중 낡은 자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약 1915년경 농장을 시작한 증조할아버지가 남겨둔 것으로 추정되는 그 자루에는 바짝 말라 갈라진 정체불명의 씨앗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물과 흙도 없이 수십 년간 방치된 탓에 싹이 틀 리 없다고 생각한 그는 시험 삼아 씨앗들을 거름더미 위에 털어버리고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게도 그 씨앗에서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중 한 품종은 현대 일반 밀의 두 배에 달하는 약 1.8m(6피트) 높이까지 거대하게 자랐습니다. 더 기이한 것은 이삭의 형태였습니다. 보통 한 줄기에 이삭이 하나만 달리는 일반 밀과 달리, 긴 이삭 1개를 중심으로 6개의 짧은 이삭이 손가락처럼 둘러싼 총 7개의 이삭이 한 줄기에 열렸습니다. 낱알 역시 일반 밀보다 훨씬 굵었으며, 노란색, 검은색, 붉은색, 흰색, 심지어 초록색까지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을 띠었습니다.
평생 밀 농사를 지어온 그로시조차 농업 서적 어디에서도 이런 밀을 찾을 수 없어 '자연의 돌연변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성당에서 성경 창세기를 읽던 중, 파라오의 꿈에 등장하는 '한 줄기에 무성하고 좋은 일곱 이삭이 나오고 뒤이어 마른 일곱 이삭이 이를 삼켰다'는 구절을 보고 자신이 발견한 것이 고대 성경 시대에 존재했던 곡물임을 직감했습니다.
그는 이 밀을 수확해 가루를 내고 직접 빵을 구워보았습니다. 일반 밀가루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지는 않았지만, 오븐에서 구워지는 내내 고소하고 풍부한 견과류 향이 주방을 가득 채웠고 일반 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은 단맛과 풍미를 냈습니다. 또한 가뭄에 매우 강하고 워낙 키가 크게 자라 잡초를 압도하며 비료나 제초제 없이도 척박한 환경을 견뎌내는 등 놀라운 생명력을 보였습니다. 그는 이 밀을 '기적의 곡물(grano del miracolo)'이라 이름 짓고 오늘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고대 밀 복원 연구와 슬로푸드 흐름의 중요한 자원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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